내가 하는 말을 내가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문뜩 지금 이 말들을 내가 듣는 다면 나는 어떤 느낌이 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사랑하는데 왜 나의 말투와 표정이 짜증과 한숨이 섞여 있는 걸까? 아이가 모르는 것을 묻거나, 나를 필요로 할 때마다 왜 이리 자주 나는 아이가 답답하다는 듯한 말투와 말들을 쏟아 내는 걸까? 지금 내가 하는 이 말을 내가 듣는다면 나는 정말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날 것 같은데, 이 아이는 내가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한 듯 받아 드리며 그저 듣고 상처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낯 뜨거워 짐을 느꼈다. 내가 무슨 권리로 이 연약하고 소중한 아이를 아프게 하는 말들을 하고 있을까? 내가 무슨 권리로 아직 성숙하지 않은 작은 아이를 보며 비난하고 판단하고, 무시하고 멸시하는 말들을 내뱉고 있는 것인가?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는 핑계로 내 기준대로 아이를 맞추려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고 참견하며 아이의 의견을 등한시하고 있는 걸까? 정말 복잡하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도 듣기 싫을 것 같은 이런 말들을 견뎌내며 그저 엄마를 사랑한다고 하는 나의 아이가 너무 고맙고 안쓰러웠다.
자신을 공감해주는 대화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 방법, 화의 원인과 같은 것들은 요즘 많은 육아서에서 나오고 있다.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엄마의 언어까지 제시해주며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실천까지 가는 것이 참 어려운 것이 말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더 책을 읽고 새로운 책을 찾아 읽으면서 방법을 고민하고 변화를 노력한다.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말들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모든 상황이 다 적혀 있는 것은 아니고, 화가 나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을 기억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의 말투>에서 심미경 선생님이 제시한 방법은 이러한 면에서 볼 때, 너무나 효율적이고 해볼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쉽게 바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는 적용할 수 있는 법칙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바로 공감 순환 대화법이라고 명칭하고 있다. 이것은 아이와의 대화에서도 당연히 사용하지만 먼저는 엄마인 자신과의 대화법으로 사용해 봄으로써 자신의 화나는 감정을 자신 스스로 경청해주고 공감해주며 인정해줌으로써 화를 다스리는 것을 강조한다. 엄마의 심리 상태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기 때문에 엄마 자신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모습은 엄마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고 성장하는 아이에게는 더없이 좋은 자기 조절 능력을 기르는 산 교육이 된다는 것이다. 엄마가 화가 날 때마다 그것을 누군가 공감해주고 인정해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저 엄마는 그런 감정을 혼자 감내하며 살아가고 그러한 과정에서 화라는 감정이 사그라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신을 공감해주는 대화를 함으로써 공감받고 인정받는 경험은 처음엔 어색할지 모르겠으나 온전히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경청은 공감에서 시작한다.
<엄마의 말투>의 공감순환대화법의 가장 기초는 경청이다. 경청이 무엇일까?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경청은 그보다 더 깊은 뜻이 내재되어 있는데 바로 공감이라는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 그대로 인정하며 대화 중에 자신의 감정을 인지해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잘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내가 느낀 점을 전달하는 것 까지가 경청이라는 것이다. 엄마들이 아이들의 말을 듣고 답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아이들의 말이 끝나기 전에 말을 끊고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고, 끝까지 듣더라도 듣고 나서 아이의 말을 반박하며 엄마의 생각대로 말을 끝맺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아이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를 향한 비난, 비교, 비판, 참견, 선입견, 편견, 무시, 멸시, 등한시와 같은 감정은 모두 내려 놓고 온전히 아이의 말에 집중하여 듣고 인정해주고 감정을 인지하여 엄마의 생각을 전달해주는 과정이 바로 경청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런데 나도 아이에게 하는 말 속에 "그렇게 하면 다친다고 엄마가 말했지!", "다른 친구는 이 책을 좋아한다는데 넌 왜 싫을까?", "넌 또 이렇게 할 거잖아", "그 거봐 그럴 줄 알았어~"와 같은 비난, 비교, 비판, 무시, 멸시와 같은 감정이 섞인 말들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사 그것이 아이를 비난하거나 무시하려고 한 말이 아닐 지라도 아이는 그렇게 느끼게 되는 말들이다. 아이의 말을 온전히 들어주고 인정해주는 연습,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주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이의 모든 말을 공감하며 들어주라는 말이 아니다. 안 되는 것도 다 들어주라는 의미의 공감이 아니며 안 되는 것이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가서 놀고 싶은데 놀지 못해서 속상하겠구나. 엄마도 너무 나가서 놀고 싶은데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나갈 수가 없어."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의 감정과 상황을 인정해주고 그 상황 때문에 엄마가 느끼는 감정을 인지하고 전달해주자. 아이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며 경청을 알아가고 올바른 아이로 성장해갈 것이다.
나를 희생하지 말자.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는 순간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신을 희생하는 일에 익숙해진다. 아이를 위한 밥상을 차리고 아이의 옷을 사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의 양육에 삶의 모든 초점이 쏠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아이에게 결단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희생이라는 삶의 방식을 아이들은 엄마를 통해서 습득하게 되며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살아가는 삶 속에 자연스럽게 희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그렇게 힘든 삶을 또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나를 돌보자. "오늘 기분은 어때?", "오늘 뭐 먹고 싶니?"와 같이 자신에게 물어봐주자. 그리고 아이에게 공유하자. "오늘 엄마는 치킨이 먹고 싶었어. 그래서 오늘 엄마가 먹고 싶은 치킨을 저녁에 먹고 싶은데 어때?" 사소하지만 엄마도 엄마가 원하는 것을 공유하고 함께 하며 엄마의 희생이 아닌 함께 공감하는 인생을 아이와 함께 하자. 그렇게 자란 아이가 진정으로 공감할 줄 아는 정신이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엄마의 말투>를 통해 진정으로 내면이 성장하는 대화법을 배웠다. 그리고 엄마인 나 자신의 건강한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랬듯이 <엄마의 말투>를 읽는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변하게 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보다 엄마가 먼저 내가 내 아이 앞에 어떤 엄마인지 생각해 보고 나는 나 아이를 위해 어떤 변화를 노력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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